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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ity tiger pink blind
edition 5
Creator
alta choi
Owner
alta choi
Curator
Description
都 虎 非 勤
도 호 비 근
도시 호랑이의 비자발성 근무보고
그날 동물원에는 화창한 오후가 빛났다.
관상용 동물의 의무적 업무일이다.
사람들이 많이 오면 이사람 저사람 다 있다.
호랑이는 그런 날엔 우리 가까이 온다.
21세기 동물원 우리는 투명한 유리창이다.
뻔히 보이지만 차단되어 있다.
안전하다.
쳐다본다.
저들은 우리가 무언가 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.
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. 뭘 할 수 있지도 않다.
계속 쳐다본다.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다. 뭐라도 한다.
근데 딱 막혀있다. 해도 해도 답답한 짓거리다.
자기들끼리 좋아라하는 게 빤히 보인다.
성가시고 만만해 보이지만 저들의 표정을 이길 수 없다.
누군가 지나가며 말한다
“서로 차단되어 있다는 안도감 때문에
서로를 더 잔인하게 비웃을 수 있다.”
뭘 하고 싶은지 모른 체, 되지 않는 일을 종일 했다
창밖에 사람들을 봤지만 그들 너머로 갈 수 없었다
‘그래봤자 미끄러지기’만 신경질처럼 반복됐다
보이는 것과 닿을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다.
창밖에는 무엇이 있을까?
